어디서 시작할까
목적을 잃고 헤매던 저녁에서 출발해, 무엇부터 다시 시작할지를 묻는 세 편. 길을 잃었을 때 비어 있는 건 길도 사람도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였다 — 바깥의 수요에서 시작하기와, 안의 좋아함을 꺼내 만들기.
집에 가는 길이 길어졌다
목적이 사라지면 익숙한 길도 방황이 된다. 워크샵이 끝난 자유시간, 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잠실의 텅 빈 키즈카페와 롤러장을 돌던 하루. 아는 형은 내 변명을 바로잡았다 — 키맨이 없는 게 아니라 방향과 결과물이 안 잡히는 거라고. 길을 잃었다 싶을 때 비어 있는 건 길도 사람도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는지'였고, 그건 누가 채워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또렷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백지에서 시작하던 사람이, 주어진 틀 안에서 길을 잃는 이야기.
수요가 없는 곳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만드는 데만 관심 있던 사람이 '수요에서 시작해야 한다'를 깨달았다 — 이번에 회사에서 이 일을 겪은 것과, 최근 시작한 경제·시장 공부(반도체·데이터센터 수요)가 엮이면서. 데이터센터 사례가 가르쳐준 건 — 수요가 '있다'와 '동작한다'는 다른 말이라는 것. 회사에선 고객의 목소리가 없어 길을 잃었고, 그래서 내가 그 제품의 가장 깊은 사용자가 되어 그 목소리를 대신 만들기로 했다. '집에 가는 길이 길어졌다'의 동반 글.
꺼내지 않으면, 배운 게 아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집어넣는 게 아니라 꺼내는 것 — 내 것을 output으로 만들어 봐야 비로소 배운 게 된다. 꺼내기 전엔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모른다. 그리고 가장 멀리 가는 건 좋아하는 걸 꺼낼 때. 좋아함도 결국 하나의 수요 — 내가 그것의 가장 정직한 수요자다. 바깥의 수요에서 시작하는 글의 짝이 되는, 안의 좋아함에서 시작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