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떤 그릇에 담을까
이 편은 다른 편들과 다르다
9편까지 시리즈는 방법론을 풀었다. 결과물 → 일 변환의 풍경과 그 변환을 가능케 하는 세 자산.
이 편은 한 발 물러난다. 그 방법론을 세상에 내놓을 그릇에 대한 메타-에세이.
방법론은 그 자체로는 그릇이 없다. 누군가의 손에 닿게 하려면 형태가 필요하다. 그 형태를 정하는 게 이 편의 작업이다.
세 후보
방법론을 담을 그릇 후보는 보통 셋이다.
- SaaS 도구 — 역명세화 절차, 프로토콜 작성, 자산 인벤토리를 디지털 도구로
- 워크숍·진단 — 한 조직에 들어가 대면으로 절차를 같이 돌리는 형태
- 플레이북·템플릿 — 문서로. 책·온라인 자료·구독형 콘텐츠
겹칠 수 있다. 하나가 다른 둘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러나 시작 그릇은 하나여야 한다 — 셋을 동시에 만들면 어느 것도 안 만들어진다.
각 그릇의 강점과 함정
SaaS 도구. 강점 — 한 번 만들면 많은 조직이 동시에 쓴다. 매출이 누적된다. 함정 — 절차가 도구 형태로 환원 가능해야 한다. 이 방법론에서 가장 비싼 단계인 받는 쪽 사람이 직접 명세를 적는 행위는 도구로 강제하기 어렵다. 도구가 있어도 사람이 안 적으면 의미가 없다.
워크숍·진단. 강점 — 한 조직의 실제 자산 위에서 절차가 작동한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적게 만들 수 있다. 가장 깊은 작업이 가능하다. 함정 — 한 번에 한 조직. 시간이 누적되지 않고 매번 새로 들어간다.
플레이북·템플릿. 강점 — 한 번 쓰면 무한히 복제된다. 가격은 낮지만 도달은 넓다. 함정 — 읽고 따라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시뮬레이션 가능한 구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각 그릇은 방법론의 어떤 면을 살리고 어떤 면은 죽인다.
사고의 흐름
이 방법론에서 가장 비싼 단계는 받는 쪽 사람이 자기 명세를 적는 자리다. 6·7편에서 반복했듯, 누가 대신 적어주지 않는다.
그러면 그릇은 그 자리에 동행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단순히 도구나 문서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옆에 앉아 같이 적게 만드는 형태.
이게 워크숍·진단이 첫 그릇 후보로 떠오르는 이유다. SaaS와 플레이북은 그 다음 단계 — 워크숍에서 검증된 절차가 반복 가능한 패턴이 됐을 때 두 번째 그릇으로.
순서가 보인다. 워크숍·진단으로 시작하고, 그 안에서 어느 부분이 도구화 가능한지가 분명해지면 SaaS가 따라온다. 동시에 현장의 패턴이 충분히 모이면 플레이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결정 자체는 여기 적지 않는다
이 사고의 흐름이 결정은 아니다. 결정은 시장·자본·인적 여건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 그건 IP의 핵심이라 공개 글로 적지 않는다.
이 시리즈에서 공개한 건 사고 과정이다. 결정 결과는 비공개 워킹 문서에 분리해둔다.
이게 공개 IP와 비공개 IP의 경계 짓는 법이다. 사고가 보이게 두고 결정은 손 안에. 양쪽 모두 자산이 된다.
시리즈를 닫으며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과 후가 다르다.
시작 전에는 내가 매일 머릿속에서 하는 작업에 이름이 없었다. 풍경만 있었고 이름이 없으니 자산도 아니었다.
쓰고 나서는 — 행위에 이름이 있고, 절차가 있고, 그 절차를 담을 그릇이 보인다. 이 시리즈 자체가 그 행위의 역명세화다. 머릿속에서 손으로 옮긴 작업.
이게 시리즈의 마지막 자기-회수다. 방법론을 글로 쓰는 행위 자체가 방법론의 첫 적용 사례였다.
다음 자리는 워크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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