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구글, 아침 7시에 깨워줘
매일 6시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 등원 때문에 같이 노는 시간이 줄어서, 아침 7시부터 식사 전까지를 우리 둘이서 쓰기로 했다. 아빠 노릇의 가장 행복한 한 시간이다. 빼앗기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고른 시간 — 나중에야 그걸 풍요라고 부르게 됐다.
문제는 딸이 그것보다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녁 8시 반에 재우려 해도 잠드는 건 10시쯤. 자기 방에서 자기 시작해도 아침엔 우리 방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있다. 좁다, 덥다, 꾸시렁거리면서 우리 단잠을 다 깨운다. 거기까진 괜찮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계는 모른다는 아이
"아빠. 언제 일어나요. 아빠. 일어나라구요. 나랑 놀기로 했잖아요!"
귀에 대고 또박또박. 시계를 보면 앞자리가 6이다.
"윤슬아, 7시 넘어서 깨우라고 했잖아." "저는 시계를 볼 줄 모른단 말이에요. 앙앙아앙아!!!!"
시계 못 보는 게 자랑인가 싶다가도, 그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 약해질 때쯤 또 짜증 섞인 목소리로 깨우니까, 이게 적반하장이다. "너 시계 보는 법 배우라고 했지!" 해도 안 배운다. 배울 마음이 없는 아이에게 가르치는 건 무의미하다.
헤이 구글한테 시키자
머리를 굴렸다. 우리 집엔 헤이 구글이 있다. 평소에 "헤이 구글, 지금 날씨!" "헤이 구글, 아파트 노래 틀어줘!" 정도는 잘 한다.
"윤슬아. 헤이 구글한테 7시 되면 알람 울려달라고 해. 알람 울리면 아빠 깨우러 와."
스스로 생각해도 훌륭한 해법이었다. 시계는 못 배워도 이건 하겠지.

며칠 평화
며칠은 정말로 평화가 왔다. 딸은 거실에서 엄마랑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은 늦잠을 잤다. 7시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우당탕 들어와서 "아빠!" 했다.
이게 며칠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아침 일찍 운동을 가서 거실이 비어 있던 날이었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작고 따뜻한, 손과 입이 너무 가까운 종류의 간지러움.
"헤이 구글. 7시 알람 울려줘."
내 귓속에서.

그걸 왜 내 귀에
헛웃음이 터졌다. 헤이 구글한테 시키라 했지, 내 귀에 대고 헤이 구글한테 시키라 하진 않았다. 알람 명령이 거실 스피커가 아니라 나를 향해 발사됐다는 사실 앞에서, 누가 누구를 깨우는 시스템인지 다시 정리하고 싶어졌다.
시계를 봤다. 6시 40분.
내가 졌다, 우리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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