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명세화의 절차
머릿속에서 손으로
2편에서 역명세화에 이름을 붙였다. 매일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일어나는 행위. 그게 조직의 자산이 되려면 머릿속에서 손으로 옮겨야 한다.
손으로 옮긴다는 건 절차로 만든다는 뜻이다. 누가 따라가도 같은 자리에 도달할 수 있게.
절차 — 네 단계
- A. 받는 쪽 모양을 먼저 적는다 — 결과물부터 보지 않는다
- B. 결과물의 부품 경계를 잡는다 — 분해 가능한 형태로
- C. 어댑터를 식별한다 — 부품과 모양 사이의 변환
- D. 변환된 결과를 받는 쪽에 끼워본다 — 안 끼워지면 A로
순서가 중요하다. 결과물부터 보면 출력 측의 형식에 끌려간다. 받는 쪽 모양부터 봐야 어디까지를 변환할지가 정해진다.
A — 받는 쪽 모양을 먼저 적는다
이건 4편의 모양 그리기를 절차로 옮긴 단계다.
받는 쪽 사람에게 묻는다 — 당신의 부품은 어떤 입력을 받는가. 형식·필드·예시. 빠진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받아낸다. 받는 쪽이 자기 부품의 입력을 모르고 있다면 그게 먼저 채워질 자산이다.
이 명세가 안 적힌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가면 안 된다. 그 명세 자체가 가장 비싼 산출물이다.
B — 결과물의 부품 경계를 잡는다
결과물은 보통 한 덩어리로 보인다. 한 덩어리에서 받는 쪽 모양으로 가는 변환은 너무 크다.
그래서 결과물을 부품으로 분해한다. 입력 경계, 출력 경계, 내부와 외부의 차이가 보이는 단위로. 모델 출력이면 — 어느 필드가 어떤 의미인지, 어디가 모듈 경계인지.
부품 경계가 안 잡히면 변환은 한 덩어리 → 한 덩어리가 된다. 그건 변환이 아니라 재작성이다.
C — 어댑터를 식별한다
A의 모양과 B의 부품 사이에, 한 줄짜리 변환이 보인다.
부품 X의 필드 a → 받는 쪽 모양의 필드 a' (형식 변환 1회)
이 한 줄이 어댑터다. 어댑터가 안 보이면 — 부품 단위가 너무 크거나, 받는 쪽 모양이 너무 모호하다. B 또는 A로 돌아간다.
어댑터 한 줄로 안 풀리면 거의 항상 명세가 부족하다. 더 짜는 것이 답이지, 변환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답이 아니다.
D — 끼워본다
어댑터로 변환한 결과를 실제 받는 쪽 부품에 끼운다. 끼워지면 끝. 안 끼워지면 — 어느 단계의 명세가 어긋났는지 본다. 대개 A의 모양이 받는 쪽이 말한 모양이 아니라 내가 추측한 모양이었던 경우가 많다.
D는 현실 테스트다. 머릿속에서 끝내면 안 된다.
이 절차는 IP가 아니다
여기까지가 절차다. 흐름은 단순하다. 복잡한 게 따로 있다.
각 단계에 들어가는 질문 세트와 템플릿이 진짜 작업물이다. A 단계에서 "어떤 입력을 받는가"를 끌어내는 질문, B 단계에서 부품 경계를 그리는 질문, C 단계에서 어댑터 후보를 좁히는 질문 — 이게 모이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 시리즈의 본문에서는 절차의 원리까지를 적는다. 완전한 질문 세트와 템플릿은 별도 자리로 분리해둔다 — 그게 컨설팅으로 가는 길이다.
다음 두 편은 절차에 들어가는 두 자산 — 팀 프로토콜과 자산 인벤토리 — 을 어떻게 만드는가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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