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는 다 부산물이었다
매번 도구부터 깔았다
새 걸 만들고 싶을 때마다, 손이 먼저 간 건 코드가 아니었다. 도구였다.
이번엔 제대로 굴러가게 해두자. 배포부터 그럴듯하게 깔아 두면, 그 위에서 만들고 싶은 게 술술 자랄 것 같았다. 그래서 만들기 전에 차렸다. 클러스터를 세우고, 파이프라인을 그리고, 대시보드를 띄웠다.
순례
k3s를 올렸다. k8s로 갔다. portainer로 GUI를 얹고, gitops로 배포 파이프라인을 그렸다. 한동안은 coolify. 이름을 다 적고 보니 순례다.
저마다 그럴듯한 약속이 있었다. 선언적으로 적어 두면 알아서 맞춰지는 상태. 한 번 그려 두면 손 안 대도 굴러가는 배포. 우아한 운영.
깔 때마다 잠깐 뿌듯했다. 그런데 깔고 나면, 도구가 운영 대상이 됐다. 버전을 올리고, 인증서를 갈고, 깨진 파이프라인을 들여다봤다. 만들려던 건 저기 그대로 있는데 — 나는 도구를 돌보고 있었다.
돌아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나는 도구가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좋은 인프라를 먼저 깔아 두면 그 위에서 제품이 자란다고.
돌아보니 반대였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도구는 그제야 남는 것이었다. 먼저가 아니라 나중. 본질이 아니라 — 부산물.
도구는 다 부산물이었다.
쓸모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자리가 틀렸다는 말이다. 목적 자리에 부산물을 올려 두니, 정작 만들 것이 도구를 돌보는 시간에 밀렸다.
그럼 끝까지 남은 건
혼자 만드는 구간에서, 그 많은 걸 다 걷어내고도 손에 쥐고 있던 건 화려한 스택이 아니었다.
고친 걸 바로 띄워 볼 수 있는가. 그 한 가지.
고치자마자 배포된다 — 솔로 구간에선 그게 전부였다. 왜 하필 그거 하나였는지는, 다음 편에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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