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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Poet / Essay
부산물들5 / 6

그래서 PocketBase로 지었다

블로그에서 강의를 떼어내 따로 지으면서, 앞 편들의 기준을 그대로 댔다. 클러스터 대신 단일 바이너리, fork 대신 백엔드 교체. 주장을 실제로 지어 본 결정 일지. 시리즈 '부산물들' 5편.
2026-06-20
PocketBase의사결정academy단일바이너리시리즈5편

마침, 며칠 전에

블로그에서 강의를 떼어내 따로 짓기로 했다. 글은 글대로 두고, 강의는 회원과 결제가 도는 별도 사이트로.

갈림길이 몇 개 있었다. 그때마다 앞 편들의 기준을 그대로 댔다.

백엔드 — 클러스터 대신 단일 바이너리

회원·주문·수강권을 받칠 백엔드가 필요했다. 익숙한 손이 먼저 k8s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건 운영할 면을 다시 늘리는 짓이었다. 4편에서 줄이자고 한 그 표면적.

단일 바이너리 하나(PocketBase)로 인증·DB·관리자·파일을 다 덮었다. 깔 게 하나, 돌볼 게 하나.

분리 — fork 대신 교체

블로그를 통째 fork해서 강의 아닌 걸 떼어낼 수도 있었다. 빠른 출발처럼 보이지만, 버릴 코드를 끌고 와 다시 떼는 매몰비용이다.

프론트만 가져오고, 백엔드는 새로 끼웠다. 끌고 온 게 적으니, 틀려도 가볍게 되돌린다.

결과

고치면 한 줄로 뜬다. 빌드하고, 올린다. 화려한 건 없다. 왕복이 짧다.

주장은 지어 봤을 때만 자기 것이 된다.

그래서 도구는? 여전히 부산물이다. 클러스터도, 단일 바이너리도, 결국은. 그럼 진짜 제품은 무엇이었나. 마지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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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는 최맹보다홍명보가 화면에 'FIGHT' 한 단어만 띄우고 '싸워'를 반복하던 국가대표팀 다큐 장면이 밈이 됐다. 웃다가 뜨끔했다 — 명확한 결과물이 안 그려질 때 나도 팀 앞에 큰 그림 하나 걸어놓고 '싸워'라고 하고 있었으니까. 개발자로 살던 내가 리더가 되며 나를 버렸다. 홍명보가 2024년 취임 회견에서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라고 했던 것처럼(2014년엔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라며 버림받은 쪽이었지만). 옳게 짜인 구조보다 리소스 효율·목적·결과물로 판단하는 자리로 옮기자, 오래 나를 붙들던 꺼림칙함이 남았다 — 이거 이렇게 해도 되나. 분류학을 들여다보다 그 정체를 알았다. 그 불편함은 코드에 새겨진 진실이 아니라, 여러 자리의 시각을 한꺼번에 켜둔 채 아직 어느 축으로 결정할지 못 정한 상태에서 나는 잡음이었다. 이걸로도 되고 저걸로도 되는데 한쪽이 공수가 더 들면 동작하는 걸로 간다. 장기적 문제는 다른 축이 던지는 질문이고, 이 규모·이 시점 축에선 답이 이미 나와 있다. 다만 어떤 꺼림칙함은 잡음이 아니라 진짜 신호다 — 그 둘을 가려내는 게 지금 내 숙제다.공책에 그린 보드게임재미이론이라는 책을 붙들고 좋아했던 게임들을 줄줄이 적다가, 내가 왜 배우는 게 재밌는지를 묻게 됐다. 지난 글들을 다시 펼치고 나서야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 어릴 때 공책에 칸을 긋고 만든 보드게임을 누군가와 같이 하던 때. 평생 찾던 기쁨이 거기 있었다. 개발자가 되는 건 그 공책을 넓히려던 손이었고, AI 덕에 공책이 다시 내 손에 돌아왔다.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재미는 AI가 가져갔지만, 사람이라는 끝없는 판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오래 붙든 콘텐츠는 하나같이 무언가를 가르쳐 줬다 — 누군가 그걸 깨닫고 웃는 얼굴을 보는 것, 그게 충만감이었다.그만두고 싶은 이유를 세어 보았다리더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올해 내내 있었다. 디렉터와 이야기하기 전에 그 이유를 하나씩 세어 보았다. 가운데 낀 양가감정, 실무를 못 하는 우울, 줄 수 있는 게 칭찬뿐인 손, 끝이 없는 목표, 정해지지 않은 AI 사용료. 아무나 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저점을 올리는 일이지 고점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보였다. 세다 보니 이유들이 한 곳을 가리켰다 — 일은 한데 모였는데, 일하는 판은 각자 하던 때 그대로였다. 하소연 말고 가안 한 장을 들고 가기로 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 채로. 다시 읽고서야 R&R은 어떻게 짜든 부딪힌다는 것, 가장 큰 빈칸은 내 기준이었다는 것이 보였다.
v2026.10.31.1 · 2026.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