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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Poet / Essay
냥젤리 스퀴시 같은 가족4 / 4

무해하고 귀여운

어느 주말, 다른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식탁에서 아내가 먼저 꺼낸 한 마디 — '우리 가족, 왜 만나주는걸까.' 그 자리에서 회사에서 며칠 굴리던 '무용'이라는 단어가 만났다. 시리즈 '냥젤리 스퀴시 같은 가족' 4편. 시리즈 hinge — 외부 시선의 자각.
2026-05-18 · 1회 읽음
가족냥젤리아내무용함시리즈4편

다른 가족과의 저녁

어느 주말, 다른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 동네 이야기, 살림 이야기. 가끔은 음식까지 받아 들고 돌아왔다. 차 안에서 아이는 잠들었고, 두 사람은 별로 말이 없었다.

받기만 한 자리

돌아오는 길 어느 신호에서, 그 자리가 받기만 한 자리였다는 걸 알아챘다. 받은 게 많다. 줄 수 있는 게 무엇이었을지는, 가는 길에도 오는 길에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쪽에서 우리에게 뭘 묻는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 묻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서일 수도 있고, 물을 만한 게 없어서일 수도 있다. 둘 다일 수도 있다.

아내가 먼저 꺼냈다

집에 들어와 식탁에 앉았을 때, 아내가 먼저 꺼냈다.

우리 가족, 왜 만나주는걸까.

웃으면서 한 말이었다. 농담만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 한 마디 더 보태지 않고, 둘이 한참 같이 굴렸다.

늦은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잔잔히 이야기 나누는 부부, 뒤편 소파엔 잠든 딸이 보이는 따뜻한 삽화

며칠 동안 굴리던 단어

그동안 회사에서 며칠 굴리던 단어가 있었다. 무용하다. 분홍색 발바닥 한 쌍을 두고 옆자리 사람들에게 하루에 서너 번씩 던지던 그 단어. 아내가 식탁에서 왜 만나주는걸까를 꺼낸 자리에, 그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와 앉았다.

그쪽에서 보면, 우리

두 갈래가 한 자리에서 만났다. 무용하다는 어휘를 며칠 굴리던 사람이, 이번에는 같은 어휘로 자기 가족의 자리를 다시 보고 있었다. 그쪽에서 보면 우리도 그런 거 아닌가. 발 모양을 닮았다는 뜻은 아니다. 자리를 닮았다는 뜻이다.

무해하고 귀여운

마지막 한 줄은 어디서 굴러나왔는지 모르겠다. 둘 사이에서 한 번 굴러나오고, 둘이 한 번 더 굴렸다.

정말 쓸모없고 재미도 없지만, 보고 있자니 무해하고 귀여운 느낌.

식탁 위에는 우리는 냥젤리 스퀴시 같은 가족이다라는 이름이 거의 와 있었다 — 다만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며칠이 더 필요했다. 다음 편은 그 며칠 동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 — — 의 자리에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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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 · 2026.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