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고마워. 이 편은 직접 너에게 쓴다.
만약 네가 지금 — 처음 리더가 되었고, 여섯 조직과 일해야 하고, 세계가 AI로 패치 중인 그 자리에 있다면 — 또는 그 자리와 모양은 다르지만 구조는 같은 어딘가에 있다면 — 우선 한 줄을 먼저 두고 가고 싶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다.
다른 모든 줄보다 이 줄을 가장 먼저.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채는 것부터 시작하자. 만약 — 통증이 다 똑같이 느껴진다면, "팀이 안 굴러간다 / 내가 부족한가 / 이 일이 안 맞나"가 머릿속에서 큰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있다면, 어디를 찔러야 할지 모르겠다면 — 너는 모르는 걸 모르는 영역에 있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좌표가 없는 자리에 떨어진 것이다.
이 자리를 진단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아픔의 정체가 알 수 없음에서 알 수 없음을 알아채는 것으로 바뀌면, 거기서부터 다음이 시작된다.
다섯 가지 — 모르는 영역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법
완전히 점프해서 탈출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모르는 영역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이번에 통과해보며 도움됐던 것들을 추려서 적는다.
하나, 통증을 쪼개서 적는다. 매일 5분이라도 오늘 뭐가 답답했지를 그냥 글로 적어둔다. 해석하지 않고 적는다. 일기보다 로그에 가까운 것. 일주일, 이주일 후에 다시 읽어보면 —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처음으로 아 이건 X 문제구나가 나오고, 모르는 영역이 아는 영역으로 한 칸 넘어간다. 적는 행위 자체가 분리의 도구다. 글은 생각을 밖에 내놓아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는 거울이라는 걸, 나는 다른 자리에서도 거듭 확인했다.
둘, 비슷한 단계를 거친 사람에게 묻는다. 책이나 강의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 네가 겪는 통증의 모양을 누가 들어줬을 때 그쪽에서 아 그거 X라고 부르는 거임 하고 이름 붙여주는 순간 — 그 단어 하나로 모르는 영역이 통째로 아는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험이 있다. 리더십 통증은 특히 이름을 모르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름만 알아도 검색이 가능해진다.
셋, 세 칸 만들어두고 분류만 시도한다. "이건 내 문제인가, 구조 문제인가, 외부 문제인가." 모르는 걸 모르는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내 문제로 흡수된다. 의식적으로 세 칸 만들고 분류만 시도해봐도 — 분류 못 하는 것 자체가 아직 정보가 부족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 견디는 모드에서 정보 수집 모드로 바뀐다. 이 전환만으로 통증의 두께가 한 단계 얇아진다.
넷, 가설 하나 잡고 1~2주 액션해본다. 모르는 영역에서 제일 안 좋은 건 가만히 견디는 것이다. 가설이 틀려도 상관없다. 액션하면 반드시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오니까. 견딘 시간은 데이터가 안 쌓이지만, 행동한 시간은 가설이 틀려도 쌓인다. 액션 자체가 정보 수집기다.
다섯, 네 멘탈 신호 자체를 데이터로 쓴다. 내가 지금 유난히 X 상황에서 짜증나네 — 이건 그 영역이 모르는 영역이라는 가장 빠른 신호다. 감정을 견딜 대상이 아니라 진단 도구로 쓰는 것. 한번 이걸 익히면 모르는 영역에 진입한 걸 몇 달이 아니라 며칠 단위로 감지하게 된다. 그게 회복 속도를 바꾼다.
두 시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리더 위에는 항상 두 개의 시계가 있다. 위 시계는 위쪽 컨펌의 게이트다. 비용, 경영진 OK, 큰 그림. 이건 통제할 수 없다. 위 시계가 멈춰 있으면 — 네가 아무리 일찍 안을 만들어도 — 위에서 결정이 내려오지 않는다.
아래 시계는 네가 통제할 수 있다. 팀 내 탐색, 시나리오 굴리기, 발사 가능한 안을 깔아두기. 이건 언제든 굴려둘 수 있다.
리더의 일은 어쩌면 두 시계가 안 맞을 때를 대비해서 항상 발사 가능한 안을 깔아두는 일에 가깝다. 위 시계가 켜졌을 때 즉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답답함이 도착하면 — 위 시계를 보지 말고 아래 시계를 돌려라. 그게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계다.
회복은 복리로 쌓인다
한 가지 더. 이번에 직접 사이클 돌려본 것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다.
다음번 새로운 모르는 영역에 진입했을 때 — 너는 처음부터 무너지지 않는다. 아 이 패턴이구나 하고 자기 위치를 빨리 잡는다. 첫 번째 사이클은 몇 달이 걸렸을 수 있지만, 두 번째는 며칠, 세 번째는 몇 시간. 같은 통증이지만 길이가 짧아진다.
리더십에서 복리로 쌓이는 자산이 그것이다. 통증의 회로를 빨리 다루는 능력. 책으로는 안 쌓이고, 직접 통과해야만 쌓인다. 네가 지금 통과 중이라면 — 그 자체가 자산을 쌓는 시간이다.
마지막 한 줄
매일 떠오르던 다섯 줄을 들고 다니던 시간이 있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저렇게 해도 되나. 다른 조직에 이런 걸 부탁해도 되나. 어디까지가 내 범위이지? 내 역할이 정확히 뭐지? 그리고 이 목표 — 내가 매일 쫓고 있는 이 목표가 정말 회사가 원하는 건가, 디렉터가 원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 믿어버린 건가?
이 다섯 줄을 들고 다닌 게 너 혼자가 아니다. 옆 회의실에도, 옆 조직에도, 더 위에도 — 자기 모양의 다섯 줄을 안 보이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자리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이 글이 네가 그 자리에서 조금 덜 외롭게 다음 한 주를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두고 가고 싶은 한 줄.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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