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Poet / Essay
내 게임을 만들기 위해5 / 7

나는 왜 남을 위해서만 일하지 — 결국 고객은 나였다

research-*, market, trending, games, gemify. 만들어 놓고 보니 모든 시도에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나의 고객이었다. 시리즈 5편.
2026-04-19 · 2회 읽음
비전자가증진내가고객시리즈

물음

최근에 나는 한동안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나는 왜 남을 위해서만 일하지?"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남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 일도 가치 있다. 다만 — 회사 밖의 내 시간, 내 주말, 내 늦은 밤까지 내가 만들어 온 것들 하나하나가, 결국은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기술 블로그를 쓰면 다른 개발자가 읽는다. 리서치 스킬을 만들면 다른 사람이 쓴다. 자동화를 짜면 팀이 쓴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모든 것을 연결해 보니 이상한 풍경이 보였다.

내가 만들어 온 것들

  • research-* — 기술, 산업, 헬스, 리더십, 파이낸스, 파렌팅. 영역별 리서치 자동화 시스템
  • market.codepoet.me — 시장 분석 대시보드
  • trending.codepoet.me — 깃허브 트렌딩 일일 추적과 분석
  • games.tinysolver.me — 작은 게임들의 실험장
  • gemify — 그 전에 오래 붙잡고 있던 생각 정리 도구

만들어 놓고 보니 이 모든 것에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만들어 낸 "남을 위한 도구"는, 사실 처음에 전부 내가 필요해서 만든 것이었다.

내가 리서치가 필요해서 research-*를 만들었다. 내가 시장을 보고 싶어서 market을 만들었다. 내가 트렌딩을 매일 훑고 싶어서 trending을 만들었다. 게임도 내가 놀고 싶어서, 생각도 내가 정리하고 싶어서.

고객이 나였다

어느 날 이 문장이 머릿속을 통과했다.

고객은 나였다.

그 순간 모든 그림이 다시 맞춰졌다.

나는 남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내가 필요했던 것을 만들어서, 공교롭게도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게 열어 둔 것 이었다.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그 해결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작동했을 뿐이다.

이것은 자기중심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내가 진짜로 필요한 것을 만들었기에, 그것이 성실하고 쓸 만한 것이 된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만들었다면, 그 도구는 그저 예쁘기만 한 물건이 되었을 것이다.

비전의 정체

그래서 요즘 내가 하고 있는 통합 시스템의 설계도, 뿌리는 같다.

나를 위한 제품을 내가 만든다.

내가 매일 쓰고, 내가 매일 고치고, 내가 매일 부딪치는 문제를 푼다. 그 과정의 부산물로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도구가 나오면, 그건 덤이다. 하지만 주인은 나다. 주 고객도 나다.

이 관점의 전환이 나에게 많은 것을 풀어 주었다. 오래 나를 괴롭히던 질문 — 나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누구를 위해서? — 그 질문이 조용히 자리를 찾았다.

비전이란 결국

비전은 멀리 있는 깃발이 아니었다.

비전은 내가 오늘 가장 간절히 풀고 싶은 한 문제 였고, 그것이 지속되는 것이었다. 나를 가장 절실한 고객으로 두는 것, 그 이상의 비전은 없었다. 돌아보면 이건 내가 도달한 자립의 정의와 같은 뿌리였다 — 내 생각이 가치가 되어 나를 계속 살게 하는 구조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부터 짓는 일.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관점 위에서 나는 처음으로 "거대한 일" 이라는 말이 두렵지 않게 들렸다. 거대함은 결국 내가 매일 나 자신에게 공급하는 가치의 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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